성폭력 피해자 지원 상담사를 위한 한의의료 지원 업무협약
우리는 흔히 피해자의 회복에 대해 이야기하지만, 정작 피해자 곁에서 가장 가까이 이야기를 듣고 함께 버텨주는 사람들의 건강에 대해서는 쉽게 지나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성폭력 피해자 상담사들은 매일 누군가의 깊은 상처와 마주합니다. 반복적으로 트라우마 상황을 접하는 과정에서 심리적인 부담뿐 아니라 수면 문제, 만성 피로, 긴장 상태, 신체적인 통증 등 다양한 건강 문제를 경험하기도 합니다.
누군가를 도우려면, 돕는 사람이 건강해야 더 오래 곁을 지킬 수 있습니다.
상처를 마주하는 사람들의 건강까지 돌보다
지난 7월 22일, 대한여한의사회는 서울여성가족재단 행사 현장에서 성폭력 피해자 상담사를 위한 한의의료 지원 업무협약을 체결했습니다.

이번 협약은 대한여한의사회가 추진하고 있는 트라우마 인폼드 케어(Trauma-Informed Care) 기반 한의의료 지원 네트워크 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저는 트라우마 네트워크 한의원을 대표해 협약에 참여하게 되었으며, 앞으로 상담사분들의 건강 회복과 소진 예방을 위한 한의의료 지원에 함께할 예정입니다.
트라우마는 단순히
“마음의 문제”로만 바라볼 수 없습니다.
긴장과 불안이 지속되면 우리 몸의 스트레스 조절 시스템인 자율신경 균형에도 영향을 줄 수 있고, 수면 장애, 소화 불편, 만성 피로, 두통, 근육 긴장과 같은 다양한 신체 증상으로 나타날 수 있습니다.
한의학은 오래전부터 몸과 마음을 분리하지 않고 바라보는 관점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증상 자체만 보는 것이 아니라, 환자가 겪고 있는 삶의 과정과 몸의 변화를 함께 살피는 것이 중요한 치료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협약은 작은 시작입니다.
우선 피해자 지원 현장에서 가장 가까이 활동하고 있는 상담사들의 건강 회복을 지원하고, 그 과정에서 필요한 의료 모델을 만들어 나갈 예정입니다. 이후에는 더 나아가 성폭력 피해자분들의 회복 과정에도 한의의료가 함께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 나가고자 합니다.
이번 협약을 시작으로 대한여한의사회와 트라우마 네트워크는 관련 기관들과 협력하며, 트라우마 회복 과정에서 필요한 의료적 지원 체계를 만들어 나가고자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이번 협약은 트라우마를 경험한 분들과 그 곁을 지키는 분들에게 필요한 의료적 지원을 고민하는 첫걸음이라고 생각합니다.
진료실 안에서 환자를 만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의료가 필요한 곳에 먼저 찾아가고, 도움이 필요한 분들이 회복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 역시 의료인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보이지 않는 상처를 가진 분들에게는 시간이 필요하고, 안전한 환경과 지속적인 지지가 필요합니다.
앞으로도 몸과 마음을 함께 살피는 한의학의 관점에서, 지역사회와 함께할 수 있는 역할을 꾸준히 찾아가겠습니다.